2018년 11월 6일 화요일

레이디안 : 후기



엔딩에서 볼 수 있는 일러스트들


20화 정도 연재를 했는데 생각보다는 연재가 조금 길어진 것 같다.
초반에 이벤트를 처리하는 방식도 그렇고 이벤트 설명 방식도 들쭉날쭉 하다보니
대사를 처리하는데 있어서 그렇게 만족스럽지도 않았고 분량도 조절하지 못한 것 같다.

연재 내내 댓글로도 이 게임이 비판을 받기도 했지만
그래도 겉으로만 보여지는 것은 꽤 멀쩡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픽도 개인적으로는 깔끔하게 잘 처리되었다고 생각하고
사운드는 TeMP에서 작업한 것 만으로도 더 이상 말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전투 시스템의 경우에는 비판 받을 요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어떤 방향으로 어떤 것을 목표로 했는지는 짐작할 수 있었다.

그냥 여기까지 본다면 맨 땅에 해딩하듯 게임을 만들었을 수도 있는
중소 게임 개발 회사가 만들었던 국산게임 치고는 그럭저럭 괜찮았다라는
점수를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문제는 속을 파고 들어갔을 때 나오는 이 게임의 스토리가 가장 큰 문제였다.

조금 냉정하게 말하자면 이 게임에는 캐릭터만 있을 뿐 스토리는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냥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슬픈 배경이나 슬퍼지는 운명을 보여주면서
'여러분 이 아이가 이렇게 불쌍합니다. 여기서 우셔야 합니다.' 하는 것과 다를바가 없다.

내가 중2시절 이 게임을 할 때 눈물 콧물 짤 일이 없어서 이 게임을 계속했겠는가?
도대체 엘렌은 뭐길래 자기 주변에 모든 사람들이 다 죽어 나가야 하고
일루바타르는 뭐하는 놈이길래 다 조져가면서까지 엘렌을 원하고 있는건지
그것을 알기 위해서 이 게임을 지속했던 것이다.

마지막에 어디 스토리상 배운걸로 제대로 되어 있지도 않은
중2가 들어도 중2병 돋는다 싶은 아라누스 주문 영창을 들을라고 20시간을 버틴게 아니고.

뭐 이런식으로 마무리 지은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그렇다면 생각할 여지라도 줘야하는데
이 게임의 메뉴얼을 뒤져 보아도 세계관에 대한 자세한 설정을 찾아 볼 수 없다.
오히려 아스트로반이 엘렌에게 설명해 준 이야기가 가장 자세할 정도다.
세계관 상에서의 떡밥도 없고 게임에서 설명해 주는 것도 없는데
나는 어떻게 엘렌이 뭔지 일루바타르가 원하는게 뭔지를 알아내야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이 게임의 후속작이 반드시 나올거라고 생각했다.
왜? 뭐 해준 이야기가 없으니까.

비슷한 시대의 게임 중 내가 해본 다른 게임과 비교해보자면
머털도사 백팔요괴편은 이야기 자체가 가볍기는 했지만 게임NPC들이나 이벤트만으로도
적절한 수준으로 후속작 떡밥을 남기며 이야기를 잘 끝맺었고
(천년의 약속에서 설정들 들어 엎고 개판 쳐놔서 문제지)
IMF 크리로 급종했다는 환상서유기 마저도 의문점에 대해
그래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야기거리들은 남겨두었다.
하지만 레이디안은? 추리, 아니 짐작, 넘겨 짚기 조차 할 수가 없었다.
왜? 아는 것이 없으니까.

캐릭터를 조금 줄여서라도 다른 메인 캐릭터들의 비중을 조금 높였거나
아니면 차라리 세계관을 좀 더 설명하는 이벤트를 집어 넣어서라도
스토리의 개연성과 큰 줄기를 제대로 확보했다면
적어도 남에게 권유를 해보는 걸 생각해 볼 수도 있는 게임이었을지 모르겠다.

가바 3부작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레이디안은 하지 말라고 하고 싶다.
솔직히 지금 시절에 이걸 다시 한다고 얻을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렇게 레이디안의 연재를 끝마치려고 한다.
어차피 레이디안에 대한 이야기는 이 다음 연재가 끝나면 필연적으로 또 언급이 되어야 하니
일단 이쯤에서 더 할 이야기들은 생략을 하고 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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