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15일 월요일

레이디안 08 : 컨셉에 너무 심취하지 말게

첫번째 동료도 얻었겠다, 마법을 살 수 있는 곳에도 도착했겠다
이제 드디어 레이디안의 전투시스템에 대해서 깊게 생각할 시간이 됐다.

내 개인의 게임사에서 레이디안은 상당히 특이한 게임에 속한다.
물론 내가 액션류의 게임을 많이 해보지 않은 것도 있겠지만
레이디안의 특색이 개별적으로 있는 게임은 몰라도
이렇게 모여있는 게임은 이 게임이 유일하지 않나 싶다.

어쨌든 이 게임의 특색을 이제부터 찬찬히 살펴보도록 하자.


1. 동료



레이디안은 파티원 전원이 전투에 참여한다.
이게 보통의 RPG라면 당연한 소리겠지만 레이디안은 액션 RPG라는 점에서 특색이 있다.

최근에는 많이 늘었지만 고전게임 시절에는 액션게임에서
내가 AI와 협력하여 전투를 펼치는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고 생각한다.
그나마 내가 기억나는건 소닉에서 테일즈를 AI에게 맡기는 경우나
친구 집에서 구경했던 아트리아 대륙전기 정도가 아닌가 싶다.

결국 필드 위에 플레이 캐릭터가 늘어난다는 것은 어떤 활약을 바라게 될 수 밖에 없다.

예를 들어서 내가 공격하고 있는데 뒤에서 다가오는 적을 막아준다거나
내가 핀치에 몰렸을 때 대쉬공격 같은 것으로 밀어내서 적들을 흩어 놓는다거나
내가 마법을 쓰는 동안 주위에서 경호를 해준다거나 하는 부분들을 말이다.



레이디안은 나름대로 이런 부분들을 재현하려고 노력하긴 한 것 같다.
왼쪽 중단에 있는 칸이 AI의 성향을 설정할 수 있는 부분인데
그래도 나름 방어 / 중간 / 공격으로 구분해서 행동 양식을 설정해 놓았다.

그리고 먹히는지는 모르지만 지능이라는 수치로 AI의 행동 방식의 변화를 꾀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게임의 다른 파티원의 활약은 이 움짤로 요약이 가능하다.



이 게임은 전에도 이야기 했지만 아군의 공격보다 적의 공격 속도가 더 빠르다.

따라서 일단 쳐 맞기 시작하면 컴퓨터가 잠깐 공격을 멈추는게 아닌 이상에는
우리가 타격으로 역전의 기회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
그랬기 때문에 일전에 몰라를 잡던 움짤에서도 뒤로 물러나서 거리를 조절했던 것인데
이 움짤에서 보면 알겠지만 우리의 AI는 그 정도의 테크닉은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기대할 수 있는 것은 타이밍에 맞춰서 방어를 사용하는 정도다.

그나마 잘 풀리는 상황에서는 그래도 괜찮게 활약을 한다.
하지만 난전이 벌어지는 경우에는 저렇게 공격을 계속 시도하다가
이내 다른 적들의 어그로를 끌어서 둘러 쌓이면서 다구리를 맞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저러니 AI와의 협력플레이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AI를 보조하면서 싸워야 하게 되는 판국이다.



그러니 뭐 이렇게 시체로 데리고 다녀도 별로 아쉬울게 없기도 하다.


게다가 레이디안의 경험치는 각자도생 방식이라
특정 캐릭터가 얻은 경험치는 공유되거나 나눠줄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니까 특정 캐릭터를 키우기 위해서는 특정 캐릭터로 무조건 플레이를 해야 한다.

사실 이 부분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었는지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런 류의 게임에서는 내가 선호하는 캐릭터가 있고 그런 캐릭터를 하게 된다.
물론 가끔 스테이지별로 특정 캐릭터를 써야 하는 시스템의 게임도 있지만
그런 경우는 대부분 스테이지 클리어가 목적이니 육성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레이디안의 시스템 하에서는 일단 일정 이상 해당 캐릭터를 잡고 있어야 한다.
그 캐릭터가 재미있건 효율이 좋건 그런건 전혀 상관 없이 말이다.

심지어 나중에 보면 알겠지만 아군의 모든 캐릭터들은 엘렌에 비해 경험치/앵벌이 효율이 밀릴 수 밖에 없고
그러니 빠른 육성을 위해서는 엘렌이 주 플레이 캐릭터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럼 엘렌만 키우면 되는거 아니냐고?
스포) 당연히 중간에 빠져서 엿먹이는 구간이 나오죠 ㅋㅋ

그렇다고 다른 캐릭터들로 플레이 하는 것이 뭔가 더 특별한 재미를 주는가?
글쎄? 나는 특별한 차이점을 느끼지 못했던 것 같다.


결국 동료 전원이 필드에서 나와서 싸우는 것은 어떤 면에서는
우리가 오락실에서 벨트스크롤 게임을 2인용 플레이 하는 듯한 느낌을
이 게임에서 재현해보고자 함이 목표였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현실은...



믿을게 못된다, 이 말이야.



2. 링커맨드



에리스에서는 전투 중에는 링메뉴에 있는 아이템만 쓸 수 있다는 정보를 얻을 수 있다.

링메뉴가 무엇인고 하니 말 그대로 메뉴가 고리모양으로 뜬다고 해서 링메뉴인 것이다.



기본설정을 유지했을 때 Z키를 누르면 이렇게 메뉴가 나온다.
그리고 이 상태에서 X를 누르게 되면 반시계 방향으로 메뉴가 회전을 한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V를 누르게 되면 해당 메뉴를 선택할 수 있다.

이게 고리처럼 계속 돌아가는 구조이기 때문에 링메뉴인 것이다.

개인적으로 게임 경험이 없는 나는 이게 레이디안의 가장 특이한 구조라고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다른 게임들은 이렇게 링 비슷하게 메뉴가 떠도 방향키로 조작을 하는데
이 게임은 굳이 X를 눌러가면서 메뉴를 돌려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내가 저번에는 로드를 했는데 이번에 세이브를 하려고 하면
X를 네번 눌러서 메뉴를 설정해야 하는 셈이다.

사실 내 입장에서는 이게 정말 특이한 구조인줄 알았는데
지금에 와서 돌이켜보니 원류가 있었던 것 같다.


[출처 : 케인TV 캡쳐]

나는 해본 적이 없지만 던전 앤 드래곤 시리즈의 시스템이 이와 유사하지 않나 싶다.
사실 어떤 면에서는 던전 앤 드래곤의 시스템이 더 우수한거 같기도 하다.

어쨌든 이 게임의 링메뉴는 단순이 메인 메뉴를 부르는데 국한이 된 것이 아니라
던전 앤 드래곤의 그것처럼 아이템과 마법 사용에도 관여를 하게 된다.



Z로 링 메뉴를 띄운 상태에서 C를 누르게 되면 다음과 같은 화면이 나온다.
저 주머니 모양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템을 담을 수 있는 칸이고
지금 들어가 있는 아이템들은 NPC가 설명한 Config 화면에서 집어 넣은 것이다.



만약 저기에 있는 아이템을 다 쓰면? 다시 Config 창에 가서 채워 넣어야 한다.

저 위의 창이 Config 창인데 여기서 마법과 아이템을 전투 중에 사용할 수 있게 배치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이 정말 이해가 안되는 것은 왜 그냥 상태창에서 아이템을 쓰면 안되냐는 것이다.

이 게임보다 훨씬 일찍 나온 국산 액션 RPG인 코룸1도,
액션 RPG에서는 꽤 오랜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 이스에서도
전투 중에 회복 아이템을 상태창 들어가서 쓸 수 있게 해주고 있는데

도대체 이 게임은 뭐가 문제라서 상태창에서 아이템을 쓸 수 없게 막았냐는 것이다.

저 위의 던전 앤 드래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수 있다.
저 게임은 2인 이상 게임이 가능하고 그런 상황에서 한명이 아이템을 쓴다고
다른 한명이 신명나게 콤보 넣고 있는데 갑자기 일시정지가 걸려버리면 안되니까.
그렇기 때문에 저렇게 실시간으로 아이템을 사용하게 하는 것이 옳은 선택일 것이다.

하지만 이 게임은 다르다.
일단 싱글 플레이 게임인데 중간에 끊기는게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게다가 저 상태에서 배치해 놓은 아이템이 다 떨어졌다?
그러면 다시 Config 창을 열어서 아이템을 배치해야 한다.

... 그럴거면 그냥 상태창에서 쓸 수 있게 해달라고 시발.

뭔가 시간상 절약되는 부분이 있지 않겠냐 할 수도 있는데 그렇지가 않다.
일단 메뉴를 띄웠어도 적에게 피격을 받게 되면 메뉴가 다시 들어가버린다.
그럼 다시 메뉴를 띄우는 수고를 겼어야 한다.

여기에 아이템을 배치할 수 있는 칸이 비어있는 경우에도 그대로 카운팅이 되고
아이템을 사용 했다고 자동으로 다음 아이템 자리로 커서가 이동하는 것도 아니라서
매번 사용할 때마다 X버튼으로 링메뉴를 돌려줘야 하는 수고가 필요하다.

이럴거면 상태창에서 그냥 쓰는게 더 낫다.

심지어 상태창에서 아이템을 쓰지 못하는 것도 아니고 쓸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왜 쓸데 없는 기능을 굳이 더 집어 넣었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3. 마법

마법 링메뉴는 아이템 메뉴에서 C를 다시 누르면 나타난다.

마법은 그나마 아이템보다는 상황이 낫다.
왜냐하면 메뉴를 부르지 않은 상태에서 X를 누르게 되면 현재 지정된 마법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링메뉴 X로 돌려가며 찾아야 하는 수고를 덜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세상은 그렇게 호락호락 하지 않다.



우선 그 전에 세이브과 관련된 본인의 안습스토리를 하나 풀고 가도록 하자.

사실 나는 맨 처음에 저 링메뉴가 세이브 슬롯인줄 알았다.
아니... 일단 딱 봐도 두루마리 같은 느낌을 주는게 뭔가 적어야 할 거 같은 기분이잖수?
지금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항변할 수 있는게 있는데
보통의 게임에서는 결정키가 대사를 진행하게 되어 있을 것이다.

이 게임의 결정키는 기본적으로 V이다.
그런데, 대사를 넘길 때는 V가 아니라 C를 눌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나는 당연히 결정키를 V가 아니라 C라고 생각했고
링메뉴에서 SAVE에 맞춰서 당연히 내가 생각한 결정키인 C를 눌렀으며
맨 처음에는 아이템 링메뉴가 당황해서 당황했다가
다시 C를 눌렀을 때 저기 나와있는 유사 기록매체에 껌뻑 속아서
저기에다 기록을 한 줄 알고 넘어가고 말았다.

사실 이건 내가 어떻게 불평을 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메뉴얼에 존나 친절하게 적혀 있거든.
C는 대화 넘기는 키라고.
근데 나는 게임피아 부록으로 받은거라서 잘 모르겠다.
게임피아 공략에 저런게 적혀 있었을지.

하지만 확실한건... 높은 확률로 있어도 내가 안 읽었을 거라는거....

결론 : 존나 쳐 맞고 게임오버 된 다음에 35분 오프닝 다시 봄


한탄은 여기서 접어 두고 일단 마법에 대해서 다시 살펴보도록 하자.

이 게임의 마법은 기본적으로 공격마법 / 회복마법으로 갈리게 된다.
회복마법은 마검사 / 마법사 / 팔라딘 / 헌터 가 사용할 수 있고
공격마법은 마검사 / 마법사 가 사용할 수 있다.
여기서 공격마법은 광역마법과 탄환마법으로 분류가 되는데
탄환마법은 전에 보여줬던 유사 늑대 같은 녀석이 쓰는 방식이고
광역마법은 당연히 우리가 쓰는... 일정 범위에 피해를 주는 방식이다.



지금 시전한 마법은 엑스칼리버라는 마법으로 에리스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광역마법이다.

일단 적당히 몹몰이만 할 수 있다면 여려대 줘패야 하는 몬스터들을 한방에 보낼 수 있다.
이런 부분 때문에 아까 위에서 언급했듯이
굳이 육체의 대화를 통해 경험치를 얻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물론 마법도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마법은 광역이건 탄환이건 시전시간을 필요로 한다.
물론 탄환마법 시전시간이 저 짧다...라고 하는데 그건 안써봐서 모르겠고
어쨌든 그 사이에 공격을 당하면 MP만 날리고 뒤지게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지능 수치가 마법 성공율에 관계하게 되는데
그 말인 즉슨 지능이 낮으면.....



이렇게 마법시전이 그냥 쌩으로 실패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고 이때도 MP가 날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지능을 아이템을 동원해서 100 정도로 맞추고 마법을 쓰기 시작하는게 여러모로 속이 편하다.

또 문제가 되는 점이라고 하면 아이템 메뉴와 마찬가지로
마법 메뉴도 특정 조건에서는(대게 스탯창을 열어보는 경우에 많이 발생)
자기 멋대로 돌아가는 바람에 갑자기 의도하지 않는 다른 마법이 나가기도 한다는 점이다.
이글 수정하려면?

게다가 마법이 일반공격으로 쉽게 끊기는데도
특정 상황이 되면 AI가 자꾸 마법을 사용하려다가 MP만 날리는 경우도 발생한다.
특히 엘렌에게 공격마법을 쥐어주면 MP가 다 날아갈 때 까지 주구장창 시도를 한다.
때문에 엘렌이 AI가 될 경우에는 엘렌에게서 마법을 빼 놓아야 한다.
(물론 이건 MP가 아까워서가 아니라 엘렌이 내가 키우고 있는 캐릭터의 경험치를 자꾸 스틸하게 되기 때문에 그렇다.)




어쨌든 이렇게 레이디안의 전투시스템에 대해서 조금 살펴보았다.

레이디안의 전투는 특이한 점이 많은 만큼 비판 받을 부분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링메뉴를 이용한 아이템과 마법의 사용은 특이함 보다는
플레이에 불편을 주는 요소로 더 기억에 깊게 각인되는 느낌이다.

실제로 여기 있는 시스템 중의 상당부분이 나르실리온으로 넘어오면서
상당히 수정이 되거나 어느 정도 개선이 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당시에도 이런 시스템에 대한 불만은 꽤 있었지 않았을까 생각을 해본다.


사실 이것 말고 필살기와 대쉬어택에 대해서도 알아보아야 하는데
그것은 캐릭터들이 좀 더 합류한 다음에 살펴보는 것으로 하도록 하자.

이번엔 신명나게 깠으니 다음번에는 펠라에 들렸다가
또다른 동료를 만나러 가는 여정까지 스토리를 진행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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