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목요일

악튜러스 : 번외2. 제작진 Q&A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



악튜러스는 여러가지 떡밥을 뿌렸고 그 떡밥이 만족스럽게 해소되지 않았던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런 부분들은 솔직히 당시 한국 게임들이라면 고질적으로 겪은 문제이기도 했을텐데
악튜러스는 다른 게임들 보다는 여러가지 인지도를 확보할 수 있어서였는지는 모르지만 
이렇게 제작진이 스토리에 대해서 해설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었다.

이 게시물에서는 제작진이 대답한 스토리 부분의 Q&A에 대한 개인적인 생각을 이야기 해보고자 한다.

제작진 Q&A




아마 가장 많은 사람들을 충공깽으로 몰아 넣은 엔딩 이야기는 시즈가 여성이 되는 부분이었을 것이다.

제작진의 의도는 천사 = 중성이고 중성에서 남자인 절대악 시즈가 빠졌으니 여성인 시즈가 남는게 더 맞다고 판단한 듯 하다.

사실 제작진은 어떻게든 시즈에게 여성의 속성을 부여하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하기는 했다.
시즈가 여자처럼 취급 받는 것도 그렇고 시즈가 여성장비를 착용할 수 있게 해 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1장 마지막 시즈의 꿈에서도 시즈가 여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이 특히 그럴 것이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즈가 여자가 된 것을 의아하게 생각하게 된 개인적인 이유를 세가지를 꼽고 싶다.

하나는 일러스트. 동시대에 비슷한 속성을 가졌던 창세기전3 파트2의 베라모드와 비교를 해보아도
시즈의 일러스트는 중성적이라거나 여성적이라기 보다는 그냥 어린 남자아이 쪽에 더 가깝다는 느낌을 가지게 했다는 생각이 든다.
시즈가 여자로 오인 받는 것도 그냥 귀여운 외모이니까 하는 정도?라고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두번째는 결과적으로 셀린과 시즈가 연결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래 나왔지만 여-여 커플이 이뤄질 수 있을까에 대한 근본적인 의심이 들 수 밖에 없었던 시기이기도 했고
그냥 당연히 시즈와 셀린이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갑자기 여자가 되어버린 시즈의 모습에 당황할 수 밖에.

무엇보다 결과적으로 제작진이 생각했던 천사의 중성적인 부분이나 시즈가 인간으로 돌아올 때 달라질 수 있다라는 떡밥을 제대로 심지 않은 것이 크다.
사실 길 가는 사람 잡고 '천사에 성별이 없는걸 아시나요?'라고 물으면 모르는 사람이 태반일 상황에서
시즈가 이 이야기가 끝나면 원래의 인간으로 돌아오게 된다라는 식의 이야기도 없으니 
이렇게 급작스럽게 변화된 부분에서는 어리둥절 했던 것도 당연한게 아닐까.




이것은 Q&A라기 보다는 2000년 당시의 일반적인 시각이 어땠는지를 보여주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지금 나와도 이런 엔딩은 논란거리가 되기야 되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커플 형성 자체를 의문시 하는 질문은 아니지 않았을까 싶다.



사실 셀린에게 선택지는 딱히 없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 
영원히 사는 몸으로는 시즈의 곁에 있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제국에 돌아가서 뭘 할 수도 없었을테니까.
하지만 결과적으로 자신이 영원히 사는 마기라는 부분에 대한 셀린의 고뇌를 표현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역시 셀린과 시즈가 이어질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했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쉽게 이해되지 않을 부분이기도 했다.

아울러 추락하고 구멍났다는 그 방주로 돌아가서 스스로를 봉인하는 것으로 설정구멍을 또 내는게 맞는 일이었나 싶다.

차라리 에덴에 혼자 남아 있는 장면이 좀 더 자연스러웠을지도.



사실 별로 중요한 질문은 아니지만 나는 이 부분의 해설에 대해 만족하지는 않는다.

1. 다른 아이템으로 대체 되었다고 하는데 무슨 아이템으로 대체가 되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이후에 강제로 얻게 되는 아이템은 옥새가 유일한데 이 꽃이 옥새를 대체할만한 성질의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2. 아이는 마치 그 꽃을 잘 알고 있는 것처럼 행동을 하는데 정작 아이는 셀린과는 접점이 전혀 없는 생판 모르는 사이다.
   과연 그런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그 꽃을 따서 가버리는게 괜찮은 흐름이라고 볼 수 있을까?
3. 만약 그 꽃이 과거의 미련을 상징한다면 스스로를 방주에 가두는 엔딩에 어떤 영향을 주었다고 볼 수 있는가?
   결국 아이와 시즈가 들어갔을 당시의 미련이라면 이현기와의 미련이 되어야 하는데 그 미련은 이미 버려졌다.
   그것이 마냥 시즈와의 미련을 상징한다면 기억을 되찾고 난 다음에 셀린이 보이는 태도도 설명이 되지 않는다.
   (게다가 이 설명을 따르면 아이는 셀린의 기억에 들어가 셀린의 시즈를 향한 기억을 없애 자신의 사랑을 이뤄내려는 악독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4. 셀린의 정신세계에 어째서 아이의 모습을 본 딴 서큐버스가 있는 것일까? 그리고 어째서 관념의 꽃이 나온 부분만 다른 부분과 배경이 다른 것일까?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나중에 떡밥을 붙이려던 것을 급하게 마무리 하면서 못 넣은게 아닐까 싶은데
질문은 많으니 그렇게 이야기는 할 수 없고 최대한 엔딩과 맞춰서 이야기 한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만약 이 Q&A가 없었다고 하면 나는 저 관념의 꽃과 그 당시의 배경을 셀린의 정신세계가 아니라 아이의 정신세계였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차라리 그 배경이 아이의 정신세계이고 그 서큐버스는 아이의 욕망이 형상화 되어 나타난 존재이고
아이가 관념의 꽃을 꺾는 것은 자기자신이 과거에 자기고 있던 기억이나 상처를 제거하는 과정이었다고 하면 이것도 괜찮은 설명이지 않을까?

물론 어떻게 남의 정신 세계에서 자기 정신세계를 집어 넣는 생각을 하겠냐구요?

나도 그런 생각 안해봤는데 인셉션 보니까 그런 설정 못 만들 것도 없을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셉션 꼭 봐라 두번 봐라.



사실 질문 자체는 뭐 이런 질문이 다 있냐라는 생각을 했었다. 세상 천지 다 뒤집어 졌는데 시즈 아버지가 죽을 수도 있지.

다만 답은 우문현답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나름 잘 뽑아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록 여러가지 부분에서 완성도나 설정구멍들이 아쉽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제작진도 치밀한 구도를 만들어가려 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늦어도 내일은 연재 후기 쓰는 것으로 연재 마무리를 짓겠습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