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7월 30일 목요일

악튜러스 : 89. 엔딩 - Truth in me

긴 연재 끝에 엔딩에 도달하게 되었습니다.

엔딩의 내용이 아리송할 수 있으니 제작진이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있었는지 파악이 필요하신 분들은

악튜러스 제작후기 를 한번 읽고 오시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원래의 시즈와 엘리자베스의 대화.

아흐리만을 물리친 것을 보고 엘리자베스는 진흙덩이가 옹기장이를 죽인 꼴이라고 이야기한다.
그것을 듣도 자신들이 죽인 것은 악마라고 받아치는 시즈.



애초에 악마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절대악 시즈.

악마는 인간이 자신의 죄악을 합리화 하고 그 잘못을 신에게 전가하지 않기 위해 만들어낸 존재라고 이야기 한다.

이게 갑자기 마지막에 와서 여러가지를 뒤집어 엎는 소리가 되어버리는데
절대악 시즈의 이야기에 따르면 결국 우리가 싸운 존재는 허상었던 것이 되어버리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개인적인 생각은 저 대사는 아흐리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대사가 아니라
아흐리만을 악마로 보는 시각을 부정하는 대사로 보는 것이 좀 더 흐름에 맞지 않을까 싶다.




결국 신이 인간을 불완전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모든 책임을 신이 짊어져야 한다는 이야기인 셈.

중붕이를 낳은 죄로 뼈가 빠지게 중붕이를 부양하고 있는 중붕이 부모님들께 중붕이들은 다 이런 비슷한 소리 한번쯤은 해봤겠지?



쓰러진 엘리자베스와 아후라 마즈다의 대화.

다시 여기서 신과 악마를 이야기 하는게 뭔가 이상하기는 하지만 결국 핵심은 아후라 마즈다의 마지막 대사일 것이다.

엘리자베스, 그러니까 이현기는 연구원들이 엘리자베스 엔진 정지의 결정을 해버린 것처럼
신도 인간의 파멸에 대해 냉정한 자세로 결정을 내일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현기의 생각과는 다르게 신은 인간을 사랑했고 그렇기에 피조물에 의해 고통을 받고 그들을 위해 죽어갔던 것.



사실... 어떤 면에서 보면 김학규가 인터뷰 했던 내용과 마지막 엔딩이 그렇게 썩 잘 맞아들어간다는 생각이 확 와닿지는 않는다.

인터뷰를 보면 선과 악의 상대적인 부분, 그러니까 인간은 결국 자신을 위해 싸워주는 존재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는 부분과
그렇게 싸우게 되는 경우 그게 자신의 창조주에 대항하는 것이라도 과연 옳은 문제인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솔직히 엔딩의 내용을 보면 이런 부분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나오지 않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오히려 엔딩을 보면 결국 인간의 불완전함에 의해서 발생한 일에 대해 그 책임은 누가 지는가가 좀 더 핵심적으로 이야기 되는 것 같다.

이것은 3장 시작할 때 나왔던 성경 문구인 '옹기장이가 진흙 한 덩이로 하나는 귀히 쓸 그릇을, 하나는 천히 쓸 그릇을 만들 권한이 없겠느냐.' 라는 문구와도 연관이 있을텐데
이게 표면적으로는 그냥 단순히 창조주가 피조물을 마음대로 할 수 있다 정도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신이 인간을 심판하는데 권한을 가지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신에 의해 악인으로 만들어졌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심판 받은 것이 부당하다고 신에게 말할 수 없다라는 뜻이 되기도 한다고 한다.
에덴의 한 망령이 이야기 했던 '결국 인간은 심판 받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대답을 '그렇다'라고 대답하는 관점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성경은 잘 모르기 때문에 저런 해석이 주류 해석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마지막 아후라 마즈다의 이야기와 절대악 시즈의 이야기는 명백하게 이 구절의 의미와 그 궤를 달리하는 것을 알 수 있다.
... 뭐 어떻게 보면 어차피 신의 완전무결함을 설명할 수 없다는 관점에서 차라리 이렇게라도 책임을 지는게 좀 더 나은 포지션이 아니었을까?

어쨌든 이런 부분까지 이야기 하고 싶었던 것인지, 아니면 전혀 예정에 없었는지,
아니면 이렇게 전개하는 것이 본인들의 이야기 전개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 것인지 알 수는 없지만
후반부에 물 밀듯이 밀려들었던 떡밥을 생각하면 뭐 어떤 쪽으로 생각을 했든 틀린 답은 아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렇게 대화가 끝나면 쓰러져 있던 일행들이 정신을 차린다.

다들 시즈의 모습을 보고 놀라는 동안 혼자 자리를 떠버리는 셀린.

어렸을 때는 셀린이 여자가 된 시즈의 모습을 보고 충격에 떠나 버리는 것인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정신을 차린 시즈는 자신의 몸에 놀라고 바로 셀린부터 찾지만 셀린은 이미 떠나가버린 상황.



마리아의 독백.

선과 악의 경계는 어디까지였다기 보다는 없던게 아닐까.

라그니 촌구석에서 부모님 등골 빼먹다 도시만 꿈꾸던 마리아는 
어느새 인간의 존재를 성찰할 정도로 철이 들었고

결국 인간은 살아있기에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존재였다.



언덕을 오르는 마리아와 엘류어드.

마리아의 예상외의 허약함을 엿볼 수 있다.



엘류어드의 고백으로 완벽한 커플로 이어지는 엘류어드와 마리아.

처음과는 달라졌다고는 하지만 결국 자신의 목표를 이뤄낸 마리아.
은근 마리아가 팔자 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엘류어드도 얼굴 너프를 심하게 당했고 아무리 마리아가 피지컬이 딸린다지만 엘류어드보다 9살 연하다.

관건은 얼마나 저 미친개 같은 엘류어드를 마리아가 컨트롤 해내냐는 거겠지.



마을 복귀로 바쁜 빌라델피아.

제국은 다시 황제까지 생겨서 황제 이름으로 보급품까지 내려온 모양이다.



공화국의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슈. 쟈크 드 모레이는 방주 추락에서 죽었는지 어쨌는지 알 수 없다.

하녀의 딸에서 레이그란츠의 살해위협을 받다 프리셀로나군 부관에서 통령까지...
누가 보면 근 40세는 되어 보이는 철의 여인 테크트리지만 현실은 마리아랑 동년배다...

어쨌든 이렇게 하인베르그 집안의 공화국 집권은 계속되게 되었다고 한다. 실로 대단한 집안.



혼란을 틈타 탈출한 타이거 아저씨는 여전히 잘 지내고 있는 사데의 고아원을 보며 마음을 놓는다.

그 와중에 같이 자고 있었던걸 보면 그노이 이새끼도 했네 했어....



누군가를 그리워 하다 점심 먹으라는 소리에 깜짝 놀라는 라비아.
이내 다시 누군가를 생각하는 것 같다.

저게 부모님인지 연인일지 애매하기는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연인이라고 본다.

부모님이 불렀으면 깜짝 놀라지는 않았을지도?



황제가 된 텐지, 황후가 된 피치에게 크로이체르가 작위라도 수여 받는 모양이다.

결국 이번에는 자신의 뜻을 관철시켜 피치를 황후로 맞이한 텐지.
피치는 베르가모의 점쟁이가 말했던 운명을 바꿀 기회를 잘 잡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게르나 고원의 브리즈.

아직 텐지가 황제가 된 것을 알고 있는지 모르는지는 모르겠지만 여전히 그를 그리워 하는 것 같다.
솔직히 텐지가 양심이 있으면 최소 후궁까지 들여줘야 하기는 하는데
피치가 했던 말을 생각하면 양심은 지켜도 목숨은 못 지킬 판국이니....

이렇게 보니 텐지새끼 새삼 대단한게... 엔딩에 자신과 관련 있는 여자를 무려 세명이나 등장시켰다.
어떤 새끼가 엘류어드 보고 난봉꾼이래?
어쩌면 텐지의 무기가 봉인 것도 이런 난봉꾼 같은 텐지의 속성을 반영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짜잔! 다인은 살아 있었습니다.

결국 뇌격왕의 도움으로 황태후에게 도망온 다인. 하지만 여전히 뇌격왕이 죽었다는 사실은 모르는 것 같다.
좀만 더 정신 차리면 텐지가 황태후도 복원시키려고 할텐데 그때 다인이 있다는 사실도 결국 걸리고 말겠지만
그래도 텐지가 마지막에는 다인에 대한 마음을 바꿨으니 둘이 어떻게 흘러갈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렇게보니 엔딩 장면의 상당부분을 텐지와 연관이 있는 장면으로 채우는 것 같다....

도대체 제작진이 스토리 상에서 생각한 텐지의 역할과 위상은 어느정도였던 것일까?


여담이지만 저 다인이 카를(=텐지)를 카루루라고 부르는 것은 아무래도 패키지의 로망판이 일본판을 가져온거라
그 부분에서 카를을 카루루라고 잘못 기록한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부모님의 무덤을 방문한 시즈... 떠나갈 때는 아들이었지만 딸이 되어 돌아와 아버지의 죽음을 슬퍼한다.
그런 시즈를 보며 아이는 그, 아니 그녀를 위로하며 시즈를 지켜주겠다고 이야기를 한다.
그... 그래도 시즈가 너보다 두살 위인데 너 너무 적극적인거 아니니?

이 장면도 곰곰히 생각해보면 참으로 재미있는 장면인데
설정상 남-남 커플이 될뻔 했던 플레어 부부 앞에서 여-여 커플이라고 할 수 있는 아이와 시즈가 연결 된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참 생각해보면 세기말은 역시 세기말이었던 것 같다.

결국 파티 유일의 삼각관계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는 전개로 아이와 시즈가 연결이 되면서 끝이 나게 된다.




셀린을 생각하는 카자마. 어느새 새집 살림을 차렸는지 마누라도 새로 들였다.



그리고 자신이 영원히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된 셀린은 결국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스스로를 방주에 봉인하고 만다.
자신 곁에 시즈가 영원히 있을 수 없기 때문에 시즈를 떠나오기는 했지만
결국 시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떠나왔기에 셀린도 시즈에게 미안한 마음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뭐... 추락하고 천장 뚫인 방주로 어떻게 돌아가서 어떻게 스스로를 봉인했는지는 굳이 묻지 않도록 하자.




이렇게 셀린의 이야기까지 끝나면 스텝롤과 함께 악튜러스의 엔딩곡인 Truth in me가 흘러 나온다.
(이 영상의 전주가 좀 짤린게 아쉽다.)

긴 시간 달려온 플레이어들에게 스토리의 마지막을 찍어주기에 크게 부족함이 없는 노래. 개인적으로도 생각나면 자주 찾아 듣는다.
다만 가사가 누구의 시점에서 전개되는 것인지 좀 아리송한 부분도 있고
그... 호응이라고 해야하나? 여튼 단어 선정들이 어색한 부분이 흠이라면 흠.

개인적으로는 시간이 흐른 뒤 셀린에 대한 마음을 어느 정도 접었을 시즈의 편에서 노래를 듣는다면 좀 더 이해가 잘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지내온 시간들 이젠 가슴 아팠어 헤어지잔 너의 그 한 마디 아직은 믿기지 않아... 이별이 무언지 나는 알지 못했어 언제라도 너와의 사랑은 끝나지 않을거라했어 난 네게 말했지 우리의 사랑 믿지 않을 것을 이젠 알 것만 같아 너의 맘이 떠났다는걸 알 수 있는거야 더 이상 찾지 않겠어 너의 떠난 마음을 나도 후회는 없어 이제 난 너의 모습 잊을 수 없어.. 또 다른 나를 위해서... (간주중) 더 이상 찾지 않겠어 너의 떠난 마음을 나도 후회는 없어.. 이제 난 너의 모습 잊을 수 없어 또 다른 나를 위해서... (난 이제 새로운 날 위해 모든 것을 잊었잖아) 너를 위해서 기다린 시간들을 이젠 생각하진 않겠어 그래 난 너를 잊고 살아가는건 또 다른 나를 위해서 지난 날들을 사랑해...


이렇게 스텝롤까지 끝나면 마지막 NG 장면 모음집이 나온다.



어떻게 보면 손노리스럽다고 해야할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악튜러스 세계관 자체가 재귀적 세계관을 염두에 두고 있는 만큼
결국 악튜러스의 이야기도 하나의 연극이었다는 것을 좀 더 이야기 하고 싶었던게 아닐까.

스텝롤 제일 위에 제작진의 명단이 아니라 캐스팅 명단이 들어간 것도 그렇고...

그냥 중간에 억지로 웃음소리 넣는 것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어쨌든 이 영상까지 보고 나면 악튜러스의 모든 이야기를 다 감상하신 것이 되겠습니다.


이 다음에는 제작진이 했던 Q&A에 대한 개인적인 의견들에 대해서 다뤄보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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